리얼포스 R2 분해 및 청소 A-Z 가이드
리얼포스 R2를 완전히 분해하고 세척하여 구입 초기의 컨디션으로 복구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이 글은 애지중지하던 키보드에 음료를 쏟았거나, 키감이 예전같지 않아 해결책을 찾는 분들을 위해 모든 과정을 자세히 기록했다. 또한 미래의 나를 위한 기록이기도 하다. 전체적인 과정을 이해하고 하나 하나 따라 해보시길 추천한다.
2018년 12월, 용산 '리더스키' 매장에 가서 직접 픽업해온 리얼포스 R2 키보드. 10개 이상의 키보드를 사용해봤지만 타건감부터 심미성까지, 이만큼 만족감을 주는 키보드는 없었다. 아마 이 글을 보러 오신 분들도 대부분 동의하는 부분일 것이다.
그러던 중, 키보드에 커피를 쏟는 사고가 발생했고... 내부 기판까지 손상이 되었을까 걱정이 되어 분해 청소를 결심하게 되었다. 30만원이나 하는 고가의 키보드인지라 직접 뜯는 것에 대한 두려움,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할까 걱정이 되었지만, 성공적으로 청소할 수 있었다. 바깥 쪽 상판과 하판을 뜯는 것 부터 세척, 재조립까지 과정을 자세히 담아봤으니 이 글을 찾아오신 분들이 용기를 가지고 분해 청소를 하시는데 도움이 되셨으면 한다.
준비물
위 사진에 보이는 정밀 드라이버만 있어도 된다. 원래 이런 정밀 나사엔 드릴을 안쓰는데 기판과 프레임 사이 고정 나사가 수십개라 1단으로 놓고 사용했다. (정밀 전동 드라이버를 사야하나😅)
키캡 제거
가장 먼저 키캡을 모두 제거해야한다. 기억이 잘 안나는데 키캡 리무버가 동봉되어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별도로 설명이 필요없을 것 같아 사진은 찍지 않았다.
스페이스 바에 유일하게 스프링이 있으니 분해 후 잘 보관해야한다.
상판/하판 분리
개인적으로 가장 조심해야할 부분 중 하나라 생각한다. 뜯어보고 내부 구조를 이해하니 다음에도 잘 뜯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지만, 무턱대고 하다가 걸쇠를 부러트릴 수 있을 것 같다.
1) 고정 나사 해체
먼저 할 일은 고정 나사 해체이다. 외부 하우징을 분리하기 위한 나사는 1개 뿐이며, 위 그림에 표시한 곳 스티커 아래에 숨어있다.
2) 상판 분리
상판은 위 아래로 걸쇠가 걸려있다.
- 위쪽 걸쇠가 걸려있는 틈 사이로 손톱 같은 것으로 파고들면 쉽게 걸쇠를 풀 수 있다.
- 아랫 쪽의 경우 걸쇠가 어떻게 걸려있는지 보이지 않았는데, 1과 비슷한 느낌으로 바깥쪽으로 힘을 주면 쉽게 걸쇠를 풀 수 있다.
기판 분리
1) 기판 키보드 선 제거
먼저 뒷면의 키보드 선을 제거해준다. 전선을 당기지 말고 연결 부위를 잘 만지면 쉽게 제거할 수 있다.
2) 기판과 프레임 고정 나사 제거
상판 하판을 분리해내고 나면 기판과 철제 프레임이 나온다. 나사가 2종류가 있는데, 기판과 프레임의 분리를 위해서는 모두 풀어줘야한다.
나사는 은색, 검은색 2가지 종류가 있는데, 은색은 철제 프레임에 별도로 고정 홈이 있는 짧은 나사이고, 검은색은 키 사이로 나있는 홈에 고정되는 긴 나사이다. 흰색 화살표 표시에 검은색 나사를 사용하는 것이니 기억해두어야한다.
3) 고무, 콘스프링 분리
나사를 다 풀고나면 위와 같이 프레임과 기판이 분리된다.
이 청소를 시작하게 된 계기 외 에도 이전에 음료를 쏟았던 기억이 있는데, 그 때문인지 프레임에 찐득하고 녹슨 흔적이 많이 남아있었다. 흰색의 손상된 부분은 세척을 해도 좋은 상태로 회복되지 않았는데, 키보드의 성능에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 아니라는 점에서 위안이 되었다.
커피를 흘리기 전에도 B, N의 키감이 거슬렸는데 분해를 하고 나니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이 고무 부분이 30g, 45g, 55g 등 키압을 결정하는 부품인데, 저렇게 찐득하게 오염되어있던 것이 문제였다. (신기하게 고무를 눌러보면 키캡을 눌렀을 때 느끼는 키압이 그대로 느껴졌다.)
키캡 아래에는 '콘스프링'이라 불리는 부품이 있다. 스프링이니깐, 당연히 이 스프링이 키압을 만들어내는 부품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간단히 키가 눌리는 신호를 만들어주는 부품으로 이해하면 된다. 보다시피 굉장히 변형에 취약하게 생겼다. 손으로 만질 때도 강하게 잡거나 휨을 주의해서 다뤄야한다.
자세한 원리를 담은 설명은 이 블로그를 참고 바란다.
분해 결과
분해를 마친 모습이다. 밑에 있는 순서대로 나열했다. 콘스프링, 나사, 스페이스바 스프링 등 잃어버릴 부품들이 너무 많으니 작업 시 잘 보관하도록 하자.
세척/건조
세척은 초록색 기판을 제외하고 모두(하판, 러버돔, 프레임, 키캡, 상판) 물세척이 가능하다. 중성세제를 섞은 물에 담가두고 칫솔 등으로 묵은 때를 벗겨내자.
건조는 대략 4-5시간 정도 지나니 모두 완료되었다. 혹시 걱정된다면 충분한 시간동안 말리도록 하자.
조립
솔직히 '조립은 분해의 역순'이라고 하고 지나갈 수 있었지만, 나름 고민하여 얻은 조립 꿀팁을 공유한다.
1) 상판 - 프레임
먼저, 상판과 프레임을 결합하여 뒤집는다. 그 다음 좌우에 표시한 부분에 볼펜, 책 같은 것으로 높이를 주어 플런저(보라색)가 튀어나올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준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러버돔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없다.
2) 러버돔
러버돔을 분해할 때, 위치를 혹시 틀릴까봐 사진을 다 찍어놓았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뒤집어서 조립을 하면 러버돔의 홈에 맞춰서 모두 정해진 위치가 있었으며, 별도로 사진을 보지 않고도 제자리에 맞춰 조립할 수 있었다. 1칸 짜리의 경우 가로/세로가 다른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역시 홈에 잘 맞추면 되었다. 가운데 큰 2개 러버돔 조각부터 끼워두고 나머지를 끼면 빠르게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3) 콘스프링
이번 포스팅 작성을 위해 과거 구매 당시 자료를 찾다가 위와 같은 안내문을 발견했다.
분해를 해 본 입장에서 러버돔과 콘스프링의 중심이 맞지 않는 것이 소음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의 근거는, 사용하다보면 스프링의 위치가 잡혀간다는 것이다. 인위적 해결을 위해 분해/조립을 해도, 비슷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최적의 콘스프링/러버돔 배치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무와 콘스프링의 중심을 맞추기 위해 굉장한 공을 들였고, 시간이 꽤 걸렸다. 수리를 업으로 한다면, 시간보다는 신경이 많이 쓰이는 세밀한 작업이라서 작업을 꺼리게 될 것 같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자기 자신의 키보드이니 집중해서 최상의 결과물을 얻어보시길 바란다.
4) 기판
분해할 때 언급했듯이, 흰색 화살표에는 검은색 긴 나사, 그냥 구멍에는 은색의 짧은 나사를 사용한다. 키보드 선을 다시 연결해준다.
5) 하판
키보드 선을 구멍으로 빼준 뒤, 아랫쪽 걸쇠, 위쪽 걸쇠 순서대로 체결해준다. 역시 분해보다는 조립이 쉽다.
6) 키캡
키캡을 위치에 맞게 잘 꽂아주면 된다. 분해 시 보관해뒀던 스페이스 바 용 스프링을 잊지 말자.
이렇게 조립이 완료되었다.🎉
마치며
분해하여 구조를 보고 2가지 팁을 남기고 싶은데,
- 음료를 쏟으면 바로 키보드를 뒤집어 털어낸다. 그리고 가급적 빨리 분해 후 청소하자.
음료를 쏟고 물티슈로 비비는 일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대한 아랫쪽 부품으로 액체가 가지 않도록 하는게 1순위다. 이렇게 유입된 액체는 철제 프레임, 플런저, 러버돔, 기판 순서대로 도달하게 되니 세척 시에도 꼼꼼히 확인해보자. - 키감이 이상하다면 분해/세척이 답이다.
B,N이 이상한 키감을 보이는 것은 러버돔에 묻어있는 액체 찌꺼기였다. 러버돔 세척 후 깨끗하게 증상이 해결되었다. 또한, 러버돔과 콘스프링의 중심을 맞추는 작업을 해줘서 그런지 키감 역시 향상되었다.
2018년 12월 30만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직접 사온 리얼포스 R2. 이제는 단종되어 R3만 판매되고 있다. 본문에서 언급한 B,N 키감 이슈와 은근 불편한 맥북과의 사용 등으로 주 사용 키보드의 지위를 잃어버려 당근 거래 직전 까지 갔었다. 구매자가 나타났지만 차마 팔 수 없어 가지고 있었는데, 모든 문제가 말끔히 해결된 리얼포스 R2는 처음 봤을 때 느낌을 다시 느끼게 해주었다. 신모델 R3에는 맥용, 무선 등 여러 편의성이 추가되었으나 나는 아무리 봐도 R2에 더 애정이 간다.
이 글을 찾아오신 분들도 나랑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가이드를 마친다.